모볼까 "Movie"2011/12/10 13:10


사랑은 그렇다. 상대의 모든 것을 남기고 싶고, 기억하고 싶게 만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사람의 미소, 장난스럽지만 내게만 느껴지는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나던 말, 서로를 지긋하게 바라보던 눈빛, 지금 행복한 이 순간 그 자체로 오래토록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지 5주년이 되는 날, 그래서 마음껏 기뻐하고 축하받고 싶었던 날, 서로를 향해 카메라를 든 커플이 있다. 

모텔을 찾은 커플은 추억을 간직하자며 캠코더를 꺼내 촬영을 한다. 촬영이 내키지 않는 상대를 설득해서 기어코 카메라 앞에 세운다. 평소처럼 함께 샤워를 하고, 장난을 치고, 때로는 서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서로에게조차 쉽게 하지 못했던 말을 카메라를 통해 털어놓기도 한다. 그들의 행복한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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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 앞에 '게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야기는 순식간에 뭔가 '특별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영화는 이 게이 커플의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해 잘못 되었다거나, 그들을 이해하라는 어떤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 오히려 첫 장면부터 앞으로 당신들이 보게 될 영화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상상했던 것만큼 자극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솔직함일 수 있고, 충격요법일 수 있다. 그들의 사랑은 이해하지만, 그들의 섹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이중적 시선에 대해 영화는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히는 용기를 보였다


영준(송삼동)과 준석(조혜훈)은 서로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는다. 캠코더는 영준의 손에서 준석의 손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흔들리고, 엉뚱한 걸 잡아내고, 가끔은 초점도 안 맞으며 우왕좌왕 대지만 영화는 그들의 영상을 가감없이 담았다. 게이 커플의 삶을 축소하거나 과장스럽게 담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커밍아웃이 쉽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그들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그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담았다.

준석과 섹스를 하던 영준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라던 준석의 말이, '우리 같은 사람은 미래가 없어. 이 바닥이 원래 이래' 라는 영준의 말이 가장 싫었다던 준석의 말이 영준의 마음을 헤집는다. 사랑해줘서 고맙고, 예뻐해줘서 고맙다는 말로도 사랑하는 마음을 다 표현할 길이 없는 준석에게 곧 이별을 고해야 하는 그 마음이 그토록 괴로웠기에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은, 영준이 준석을 두고 홀로 모텔을 나와 버스를 타는 장면에서야 이내 폭발한다. 주체할 수 없이 벅차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영준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구구절절한 대사도, 흐느끼는 울음소리 없이 마음을 적시는 음악이 대신한다.


청첩장으로 이별의 인사를 대신하고, 그들의 행복했던 그 날을 기록한 비디오테이프를 심장 가까이 옷 안주머니에 넣는 영준의 모습도, 그렇게 떠난 영준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차마 그를 붙잡을 수 없던 준석이 빈 캠코더 앞에서 결코 부칠 수 없는 편지를 남기는 모습은 오래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게이'라는 그들의 성적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이별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먹먹함과 슬픔, 안타까움과 절망이 가득 묻어 있었다. 

모텔에서의 장면에서 컬러 화면은, 다음 날 아침에는 흑백으로 전환이 되었다가 오래 전, 그들이 함께 떠난 여행을 추억하는 장면에서는 다시 컬러 화면으로 전환된다. 그들에게 '이별' 이라는,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상황은 실제로는 현실이었고, 사랑하기에 더없이 행복했던, 그래서 현실이었으면 했던 상황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걸 다시 역을 비틀어, 현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흑백으로, 꿈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컬러로의 화면 전환은 어쩌면 세상의 잣대와 규범 속에서 결코 지켜내지 못한 용기없는 사랑들에 대한 위로는 아니었을까. 사랑의 시작에 늘 항상 가슴 한 켠에 '이별'의 상황을 염두해 둘 수 밖에 없는 사랑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게 잊혀져 가겠지만 나는 오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영원히.

 ** 리뷰 원문출처 : 환유, 즐겁게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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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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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들만의 감성이 느낄 수 있는 영화,,,상상마당에서 작가와의 만남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갔다오셨나요?

    2011/12/12 11:03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뇨~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지난 주 평일에 다녀와서 아쉽게 GV는 놓쳤어요.
      GV가 있는 타임으로 골라서 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는..ㅠㅠ

      2011/12/12 16:37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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