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 인류의 생존을 위한, 공감의 능력

  

 

 

강한 자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의 유전자는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의 우리가 되었다는 다윈의 진화론.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로 우리 유전자의 이기성을 강조했고, 진화인류학의 대세는 고품질의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훌륭한 짝을 필수적으로 선택한다는 성 선택에 기초한 이론들이었다. 하지만 대학 때 수업을 통해 들을 때에든 관련 책을 통해 접할 때에든, 이러한 이론들을 접하면 인간이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했고, 매번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특히 남성들의 외도를 본능으로 봐야 한다는 것과 우월한 유전자를 갖지 못한 자는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성 선택에 대한 나의 감정적 분노 뒤에는,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이 또 있었는데, 그것은 동성 간의 성관계였다. 동성 간의 관계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혀져 있고, 인간의 역사를 볼 때에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만약 유전자의 생존이 개체 존재의 유일한 이유라면, 동성 간의 관계처럼 비효율적인 행위는 왜 행해지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러프가든이라는 학자의 이론을 중점적으로 소개하여 반론을 제시한다. 러프가든에 따르면 개체들은 성 선택이 아닌, 사회 선택이라는 본능적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사회 선택을 하는 개체는 협동하여 공동체의 생존을 이롭게 한다. 아름답기 그지 없는 이론이다.

 

 

문제는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갈등은 공정심의 부족과 이로 인한 이기심의 발현으로부터 발생한다. 내가 남보다 불공정한 대우를 받거나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될 때 인간의 이기심이 표출되게 된다. 누군가의 이기심은 다른 이의 이기심을 자극하고, 사회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 발달되어 온 '감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 중에서도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은 타인과의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눈치 빠르고 예민한 촉을 가진 사람이 사회 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논리다.

 

 

저자도 언급한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를 비롯해, 공감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특성임을 강조한 서적은 적지 않다. 이런 야무진 논리를 사회 지도자들이 인식하고, 시대의 공감을 부추겨주면 좋을 텐데. 각자의 이기심이 사회에 더 퍼지기 전에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미 이기심을 한창 작동중인 사람들에게 다수의 공감은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 바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라지만 그래도 우리 시대가 공감의 능력을 잃지 않은 것은 그 덕이 클 테니, 앞으로도 인류의 생존에 유익한 본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화는 안정적인 전략의 탄생을 의미하며, 진화의 메커니즘은 자연 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도 일어난다. (54쪽)

 

 

다윈이 말한 성 선택에 따르면 두 개체가 한 쌍을 이루는 것은 각자의 이익을 위한 일시적인 행동으로, 어쩔 수 없는 행위이다. 반면 러프가든이 말한 사회 선택에 따르면 이는 두 개체가 공동의 이해,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3쪽)

 

 

협조는 이기심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노력은 어차피 대개 실패로 끝나고 만다. 협조는 매우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협조이고, 협조와 공존이 깨졌을 때 비로소 경쟁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립은 사회적 관계의 출발점이 아니라, 협조의 실패라는 잘못된 결과로부터 초래되는 현상이다. (109쪽)

 

 

현대인은 직립보행을 한다는 특징이나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특징 때문이 아니라 감성을 가졌다는 특징 때문에 현대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감성이 현대인의 모든 다른 특징을 가능케 해주었기 때문이다. (163쪽)

 

 

공감도 신뢰와 마찬가지다. 공정함이 전제되어야만 공감이 가능해지고, 공평하고 공정한 상호작용 속에서만 공감이 발생할 수 있다. 상대를 공정하게 대해주는 사람만이 상대에게 공감을 살 수 있게 된다. 공정하게 협조하는 사람만이 '우리'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함과 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감정의 기본이다. (338쪽)

 

 

결국 이기주의에 대한 합리화에 빠지지 않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태어났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행복은 '우리'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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