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다만, 나는 조금 느릴 뿐이다.(강세형)

  

 

 

 

 

 

책을 구입해놓고, 수 일을 미뤄 두고, 또한 수 일이 지난 후, 또 수일에 걸려 읽었던 에세이, 저에게 이 책은 그러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이 지칠때쯔음 한번씩 , 한 단어, 한 문장씩 조금씩 곱씹어 지고 싶은 그러한 에세이.. 말이에요. 어느날 어느 낯선 분께서 블로그 안부글에 강세형님의 신간 출간 소식을 알려왔어요. 그리고 나는 출간과 동시에 이 에세이를 구입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간 후,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 또다시 수 일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이 에세이에 대해 끄적이려고 합니다. 사실 여러 차례 리뷰를 쓰려했지만, 어떻게 이 책 속에 담긴 , 그리고 내가 느꼈던 뒤엉켜 버린 복잡한 감정들을 텍스트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고 ,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 에세이는 수많은 생각들을 내 머릿속에  잔뜩 꾸역 꾸역 채워 넣었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표현하기가 참 버겁기만 하네요. 그대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런지요? <나는 다만, 조금 느릴뿐이다>의 작가 강세형님의 이야기는 참 소소할 뿐입니다. 여느 에세이와 비교해서 무언가 특출나거나, 텍스트적인 매력이나, 그녀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전작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역시 그러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녀의 그 무언가 특출함과 특별함이 없음이 더욱 마음에 들어요.

 

 

 

아마 누구나 그럴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모든 감정과 감성들이 담긴 내면 속 이야기를 ‘대신’ 또는 ‘이해’해 줌으로써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위로를 받고 공감하는 것. 저 또한 그러하니까요.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생각했던, 또한 순간 순간 스쳐 지나갔던 감정과 마음들은 단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누구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마음일뿐이라고 늘 – 그렇게 단정 짓고는 했으니까요. 그러한 면에서 이 에세이는 읽어 갈수록 낯설지 않은, 친근한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내가 했던 생각들, 고민들, 지금은 잊혀지고 버려지고, 지워진 내 모든 이야기를 그녀(강세형)가 대신해 나의 낡은 기억상자에서 찾아 꺼내어주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일상 속 생각들을 끄집어 내어 끄적여 놓은 일기장 같은 텍스트들일 뿐인데, 그것이 대부분 나의 이야기 같고, 나의 생각 같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평범한 텍스트 속에서 나는 이 빠릿빠릿한 세상에 나 혼자 느릿한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기도 하네요.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때마다 나 또한 늘 불안하고 , 두려웠으니 말입니다. 그럴때마다 나는 겉도는 위로가 아닌 따뜻한 누군의 심장이 필요했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랐지만 누구도 그런 나의 바람을 채워주지 못함에 실망을 했고, 슬펐습니다. 유난히 ‘혼자’라는 것을 즐기면서도, 또한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것을 바라고 즐기지만,  ‘삶’ 속에는 단지 ‘사람’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고 있어요. 나는 많은 감정들을 흡수하고 이해하고 적응하기에는 내 마음은 아직 그만큼 자라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담담히 써내려간 지난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슬픔,아픔, 상처, 사랑,고민,다짐, 목표, 각오 등에 대한 감정의 울타리 안에서 나는 오히려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단지 어떠한 미사여구로 잔뜩 포장된 위로와 공감이 아닌, 내 마음이 너의 마음과 같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당신의 이야기는 내게 ‘용기’와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진정, 고맙습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마흔이 돼도,쉰이 돼도, 환갑을 지나 엄마 나이가 돼도, 지금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할지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 전성기는 아직 , 안 온 것 같은데요. (17쪽)
 
나는 이제부터 무엇이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대단한 글이 아닐지라도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 글일지라도, 아무도 읽어주지조차 않는 글일지라도, 어쨌든 매일 조금씩 (28쪽)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한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그렇게 이렇게 살다가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 (43쪽)
 
당신은 기분 좋을 때 웃고, 기분이 나빠지면 울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른이 되는 대가로 당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습니다. 가볍게 보이지 말아야 했고, 철 들어 보여야 했으니까요 (38쪽)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굳이 기록하지 않으먼 필름처럼 토막토막의 기억만을 남기고 일상에 묻혀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마니까. 또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일들은, 반복되는 일상보단 어쨌든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어하고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128쪽)
 
우리는 모두 그런 섬일지도 모른다. 조금 큰 섬, 조금 작은 섬, 적당한 섬. 끝 없이 외로워질 수도 있는 섬. 하지만 다리만 건너면, 그 다리를 찾아내기만 하면, 다시 여럿이 될 수 있는 섬. 우리는 모두 그런 섬일지도 모른다. 그 섬에 갇혔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뿐. 내일은 다리를 건너봐야겠다. 다른 섬의 친구를 만나러. (153쪽)
 
미친 짓이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삶을 기대하는 것.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 내게 편하고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놓아버리기 싫은데, 내가 꿈꾸는 것은 지금과 다른 ‘무언가’라면 그게 미친 거라는 얘기 (188쪽)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는 가끔 두렵다. 단순한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늙을까봐, 내가 변할까봐.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게 혹은 잊게 될까봐.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했던 누군가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을까봐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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