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분노의 추적자> 크리스토퍼 왈츠의 재발견과 똑부러지는 원작의 재해석

  


 

 간만에 지루할 새 없이 낄낄대는 영화를 만났다. 피가 케찹처럼 터지는데도 정신 나간 여자처럼 낄낄댔다. 다행인 건 가득 채워진 극장의 다른 좌석에서도 비슷한 상태의 사람이 꽤 있어 보였다는 것. 쿠엔틴 타란티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재회하기 위해 기다렸던 영화지만, 레오가 나오기도 전에 크리스토프 왈츠의 초반 대사에서 반해버렸다. 언어로 표기할 때 뭐라고 써야 정확히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닥터 킹 슐츠가 감탄사를 내뱉는 게 있는데, '으ㅎ어!'를 빠르게 말하는 수준이랄까, 아니 이건 표현이 안 되는데(이해가 안 되지만 궁금하다면 이 영상의 1분 6초 참고), 여하튼 이게 몹시 귀엽다. 어디 그 뿐이랴. 자그마한 체구로 손짓 발짓하며 대사를 던지는 것도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전부 못 견디게 귀엽다.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장고에게 동동거리며 자신감에 차서 말하는 모습은 레오의 몰아치는 폭풍 분노보다 인상적이다.

 서부극의 스토리라인에 대한 진부함을 느낀다면, 60년대의 <장고> 시리즈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편이 위안이 될 것이다. <장고>는 영화사적인 측면에서 서부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작품이다. 나 역시 서부영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어깨 너머 알기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도 불리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로 알고 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당시 유행하던 아메리칸 웨스턴, 즉 굿가이가 정의를 위해 마을을 지키는 식의 장르영화 이후에 나온 서부영화의 새로운 장르로, 주인공이 돈이나 여자 등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움을 벌인다. 덕분에 선인이 주인공이라는 지루한 설정도 깨지는 한편, 온갖 추가적인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음원 비공개로 네이버 뮤직에서 들을 수는 없으나 매력적인 음악들과 함께 오리지널 <장고>의 음악도 다시 쓰였고, 주인공이었던 프랭크 네로가 장고의 이름을 묻는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연결 고리가 꽤 많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장고> 시리즈에 바치는 오마주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래 전의 <장고>를 그대로 살린 것은 아니다. 사실 옛날 장고는 백인이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새 장고를 흑인으로 바꾸며 흑인 노예들이 죽을 때까지 싸우던 만딩고를 녹여냈다. 남북전쟁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을 설정해 노예제도에 관한 사상적 주제를 입혔고,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가 지닌 요소를 들여와 문학적 양념도 잊지 않았다. 닥터 킹 슐츠는 노예제도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깨어 있는 사상가이지만 자본주의에 편승한 속물적인 엘리트이고, 장고와 슐츠의 반대 세력인 캔디는 슐츠가 꿈꾸는 대자본을 누리고 있지만 그가 경멸하는 멘탈을 지녔는데, 이들의 자존심 대결 사이에 로맨티스트 장고과 동족의 배신자인 스티븐을 세워 갈등 구조의 완성도를 높였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영화로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데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원작 재해석의 좋은 예!    
 
하지만 국내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홍보를 했다해도 대중적 효과를 얻을 리는 만무하고, 어쩔 수 없이 레오의 내한만을 내세워 홍보한 듯하다. 레오는 연기력으로 보나 임팩트로 보나 당연히 주연급이긴 하지만 분량으로 보았을 땐 아쉽게도 조연. 그 덕에 레오만을 기다리며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많아져 <장고>를 저평가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 생각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이란 것만 보아도 그의 스타일은 변함 없이 고수하고 있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만큼 세련되게 표현하지는 못해 그의 팬들에게도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었을 수도 있을 듯.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만, 아무래도 그의 스타일의 정수를 맛 본 기분은 아니어서, 내년에나 나온다는 세 번째 <킬 빌>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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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장고: 분노의 추적자> 크리스토퍼 왈츠의 재발견과 똑부러지는 원작의 재해석

  1. Jin Kitsch말하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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