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사랑의 불안에 맞서는 나이 든 여자와 어린 여자

  


 

'소설 속 등장인물 아무리 격한 사랑에 빠져도, 아무리 행복하더라도, 좋든 싫든 그 관계는 반드시 변하게 돼요. 하지만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죠. 그 심리를, 이번에는 비교적 직설적으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띠지에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인터뷰 말이다. 변해버리는 사람의 마음은 굳이 그녀가 소설로 써주지 않아도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이지만,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그 감정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까지 알고 있기에,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것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사랑의 관계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상대에 대한 집착을 낳고, 집착은 자신을 불안에 떨게 만들어,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던 변화를 재촉하고 만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기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도 마찬가지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주인공은 두 여자다. 40대 슈코는 자유로운 사랑관을 가진 남편을 잃고 싶지 않아, 자신의 집착을 덜어내고자 갖은 애를 쓴다. 여러 번의 사랑을 통해, 또 한 사람과의 오랜 사랑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고, 또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남들이 보기에 그녀는 의연하고 능숙하다. 반면 슈코가 휴양지에서 우연히 만난 10대 소녀 미우미는 어른들의 사랑이 변하는 것이라고 체득해왔다. 남의 사랑을 보아오던 미우미에게 사랑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숙한 미우미에게 어른들의 사랑을 흉내내기란 쉬워보인다. 하지만 미우미도 자신의 사랑을 겪어갈수록 바보 같던 어른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슈코와 미우미의 시각에서 각각 두 챕터씩 쓰여진 연속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안과 밖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 외에도, 같은 이야기를 두고 10대와 40대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40대의 슈코는 10대의 미우미에게, 미우미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미우미가 갖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 반짝임을 본다. 나는 그것이 현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집착과 불안이 미우미에게는 없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했다. 사람이 나이 들어간다는 건, 경우에 따라 집착하게 되는 것이 늘어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운이 별로 없는 몇몇은 상실의 경험을 반복하며 이번엔 잃고 싶지 않다는 집착을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키워내곤 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 방법은 유일한 것 같다. 집착을 덜어내도록 끊임 없이 안심시켜 주는 다정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와의 사랑의 변화를 다른 따뜻한 무엇으로 진화하도록 하는 것. 아무래도 소설 속에서는, 하라가 문제다.

 

"장소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나에게는 세상 모든 일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에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55쪽)

누구와도 닮지 않아서 좋아진다는 것, 독특하다는 것, 그것은 일종의 완벽이었다. (77쪽)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정말로 연애 관계 이외의 것을 바라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애인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160쪽)

하라 씨와 이야기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갑자기 흥분하고 만다. 분명 그것이 즐거운 거다.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되는 것, 내 인생이 누군가의 인생과 이어지는 것. (251쪽)

기리코 씨는 질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잘 계시니, 그런 타이츠는 어디서 사니 등 대답하기 쉬운 질문만 하는 것이 기리코 씨의 좋은 점이다. 예의 바른 사람 같다. 잘 계세요, 라느니, 이세탄에서 사요, 하고 대답하면서 나는 내 마음이 바른 위치에 자리 잡아가는 것을 느낀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인간인지 확실해지는 느낌. (287쪽)

"살아 있는 상대에 대한 감정을 변함없이 보존할 수는 없어요."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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